지리산은 나를 사랑한다.
하트를 그리면서 나를 반기네.. 호호호.
12월 01일 금요일
있을줄 알았던 선녀도 옥녀도 없더라.
길이 너무 잘 정비되어 있어서 시간이 엄청 많이 남는다.
계곡의 아름다움에 나도 모르게 휘청거린다.
12.02.SAT. AM10:34
시간으로 봐도 여유가 있어서 30여분을 지체하니 그들이 왔고,
그들은 가고 좀 자다갈까.. 말까... 무척고민하다.
11:20 이 되서야 자리를 뜬다.
능선에 붙는가 싶더니 다시 계곡을 따라 간다.
밧줄을 잡고 올라서면 비경이 펼쳐진다.
여기서 실수를 저지르고 만다.
마냥 그들이 지나간 길을 따라 능선을 붙고만 것이다.
밧줄잡고 올라서 좌측이 아니라.. 계곡쪽으로 직진해야 하는 것을...
능선에 붙다가 다시 계곡으로 떨어지겠거니... 거니... 거니...
30분을 능선에 붙으니 길이 없다며 길을 잃은 그들이 돌아오는걸 만났다.
난 맞겠거니... 거니...거니.. 하면서
"길이 없는데요."
"기억은 안나지만, 능선 지나서 계곡으로 붙지 않을까요? 맞는거 같은데요. 한번 가보죠"
나도 기억이 안나니...
그래서 일은 시작되었다.
이때부터는 GPS 를 봤다. 이미 시간반 이상을 올라와서 돌아가기도 번거로워졌다.
그래.. 기냥 가자. 어딘가 나오겠지.
그래도 빛바랜 리본은 있다. 아주 드문 드문...
길을 잃었다 싶으면 다시 나타나고...
狂速團의 리본도 보인다. 프록켄타 님은 안쑤시고 다닌곳이 없구나.
12.02.SAT.13:46
아무리 생각해도 이들도 나만 믿고 따라오니 무모하다.
내게 GPS 와 이동형 집이 있다고는 하지만...
개나리봇짐에 약간의 물과 지도와 나침반도 없이 모르는 곳을 오다니...
나야 힘들면 아무곳에나 돗자리 깔고 내일 가도 그만이지만, 그들은 오늘 누울자리를 찾고 있다.
"저보다 빠르신데 먼저 가시죠?"
"아니에요. 천천히 따라 가겠습니다."
하도 내 배낭을 치면서 따라 붙기에, 2-3번 물었던거 같다.
3시부터 잠을 못잔 내 체력이 바닥을 보인 것이다.
아니, 잠이 부족해 졸려서 못가고 있다고 변명을 하자.
가다 서고 가다 서기를 반복하면서도...
"길을 잃은거 같은데요" 라고 말하기가 무섭게
좀 더 가니 빛바랜 리본이 다시 보인다.
"얼마나 더 가야 되요?"
"한 2시간 정도 남은거 같은데요. gps 를 보니 마폭으로 떨어지기는 힘들고 중봉으로 가야할 거 같습니다."
"...."
아무말이 없다. 그들은 이제 내가 중봉까지 데려다 주길 바라는 것일까?
1500고지를 넘으면서 눈이 정강이 까지 쌓여서 이제부터는 허줍잖은 러셀을 하고 간다.
중간에 장갑도 바꿔낄 정도로 눈에 젖고 고도가 올라갈수록 저아래에서의 따뜻함은 없어지고 차까움이 더해진다.
얼음물밖에 없는 그들에게 보온병에 따뜻한 물한잔씩 돌리고... 돌리고.. 돌리고...
비탈길을 오르고 올라
그렇게 3시간을 가니.. 중봉에 다다른다.
PM 05:00 중봉 도착
그들은 장터목까지 가야 한다.
"천왕봉까지 같이 가주실래요?"
"저는 여기서 머물겠습니다. 아자씨들정도면 천왕봉 30분에 장터목에 늦어도 6시반안에 도착하니 걱정하지 마시고 가세요."
"...."
그렇게 무사히(?) 중봉까지 왔음을 자축하며 헤여졌다.
그리고 돗자리를 깔았다. 샘이 있기에...
그러나 오랜만에 좀 무리한 탓에 샘까지 가지도 못하고 눈을 녹여 식사를 해결하는 게으름을 보인다.
12.03.SUN.AM 07:35
저녁에 먹고 아침으로 남긴 밥과 국은 꽁꽁 얼어버렸다.
아침에 일어나니 눈이 10cm 이상 쌓였다.
집위에 눈부터 치우며.. 다시 눈을 녹일생각을 하니 이건 아니자나 이건 아니자나
시간이 오래 걸린다.
그래 샘으로 가자. 스패츠 차고 나선다.
근데.. 전에 들렸을때는 지척이었는데..
엉금엉금 기어간 그곳은 한참 멀었다.
예상외로 물은 많다.
지리산에서 제일 높은 곳에 위치하지 않나 생각해 본다.
천왕샘보다 위에 있을거야..아마.
아침에 물뜨러 갔다온 곳도 표시가 확 나버렸네.
중봉 너머로는 운무가 가득하다.
뒤돌아 보니 어느새 중봉쪽은 보이지가 않는다.
손과 발은 시렵지만 눈과 마음은 즐겁지 아니한가.
얼굴에는 아픔이 그러나 입가에는 미소가...ㅋㅋㅋ
역시 사진은 순간이다.
그찰라를 놓치지 않았다.
수초뒤에 다시 숨어버린다.
예상보다 사람들이 꽤 왔다. 비수기라 거의 없을줄알았는데...
어제 중봉샘에서 자길 잘했다는 생각이 천왕봉에 올라서 들었다.
바람은 거세고 일기는 이제서야 좋아지고 아침내내 한치앞도 보이질 않았단다.
저 계곡으로 왔어야 하는데 말야. 비딱선을 타다니...
그래도 모르던 길을 알게 됬으니, 향후 10년안에 다시 안가볼 길이 추가 되었다.
지금 이자리에서 좌측으로 어젯밤 지은 집이 아직 철거 되지도 않고 있다.
딱 한집.. 자리 알아두었음
아부지 한사발 드릴려 한통담아본다.
여름에는 볼수 없던 샘의 수량은 꽤 많다.
뒤에 푯말에 "~~ 0원 부과" 가 이채롭다.
어제 비탈사면을 치면서 나무 등걸에 왼쪽 무릎을 강타 당하고 나서 아침까지 몰랐다가 하산이 힘들어진다.
절름발이 신세가 되어 걸음은 점점 느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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